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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27 Jan, 2022 @ 11:53am
Updated: 29 Jan, 2022 @ 4:23pm

PC게이머 외길 20년 인생에 플스를 처음으로 사고 싶게 만들었던 게임. 그러나 타이밍이 드래곤에잇 플스대란으로 가격이 미쳐날뛰길래 자의반 타의반으로 꾹 참았었는데, 결국 PC로 나왔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줄기는 그다지 특이할 것 없는 흔한 애프터 아포칼립스 월드의 플롯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상력의 빈틈을 그래픽이 대신 메꿔주는 게임 세계의 아름다움은 제법 나쁘지 않았다. 빌딩과 현대보다 더 발전한 기술의 세계가 풍화되어 사라져가는 대자연이 승리한 세계에서, 인간이 남긴 기술로 만들어진 기계는 인간을 적대하며 대자연의 편에 서 있었다. 그런 원시의 세계에 사람은 현대의 기술적 발전을 잃어버린 채 자랐으나 기술적 편의의 차이 말고는 현재와 크게 다를 바 없이 살아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람의 행동양식은 기술의 발달과는 관련이 없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스토리나 연출의 한계 때문에 의도한 것일까 궁금해졌다. 조금 더 호제던의 세계를 경험하고 나니, 의도한 것이 크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히는 말하지 않겠지만, 역시 스토리상의 한계 때문일지, 어떤 SF기준이 문명 레벨에 맞춰 기술력의 단계를 나누는 것처럼 게임 내 일반 생물들의 AI-그리고 '그 AI들' 마저 딱 게임 내에 쓰일 정도의 제한을 두고 설계된 것 같아 아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험과 사냥의 즐거움은 나를 취하게 했고, 그러던 중 거대한 기계의 짐승의 두 발 아래 섰을 때, 나는 마치 기름 냄새가 코 앞에서 풍길 것만 같은 기계음 가득한 호제던의 세계가 내 손 안에서 거칠게 박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게임이 진부한 아포칼립스의 클리셰라 말해도, 클리셰가 클리셰로 남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 어쩌면 그 발 아래 내가 뭉개져서 더 그런 것일지도.

*아 제일 아쉬운건 템을 한번에 여러개 팔 수 없게 해놓은 것이었다. 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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