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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 NA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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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Augus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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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日 1詩

落下
말했잖아 언젠가 이런 날이 온다면 난 널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고 죄다 낭떠러지야, 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아플지도 모르지만 내 손을 잡으면 하늘을 나는 정도, 그 이상도 느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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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말이 떨어질 때마다 나는 웃었다/김해자
참 곱다 고와, 봉고차 장수가 부려놓은 몸뻬와 꽃무늬 스웨터 가만히 쓰다듬어보는 말 먹어봐 괜찮아, 복지에서 갖다주었다는 두부 두모 꼬옥 쥐여주는 구부러진 열 손가락처럼 뉘엿뉘엿 노을 지는 묵정밭 같은 말 고놈 참 야물기도 하지, 도리깨 밑에서 튀어 올라오는 알콩 같은 말 좋아 그럭하면 좋아, 익어가는 청국장 속 짚풀처럼 진득한 말 아아 해봐, 아 벌린 입에 살짝 벌어진 연시 넣어주는 단내 나는 말 잔불에 묻어둔 군고구마 향기가 나는 고마워라 참 맛있네, 고들빼기와 민들레 씀바귀도 어루만지는 잘 자랐네 이쁘네, 구부려 앉아야 얼굴이 보이는 코딱지풀 같은 말 흰 부추꽃이나 무논 잠시 비껴가는 백로 그림자 같은 벼 벤 논바닥 위로 쌓여가는 눈 위에 눈 학교도 회사도 모르는 마늘에서 막 돋아나는 뿌리처럼 늘 희푸른 말

매듭/신현락
인류 최초의 문자는 매듭이었다 금기와 결속의 끈을 확인하고자 하는 욕망이 낳은 결승문자 금줄에 엮어진 붉은 고추와 푸른 솔 울음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가 어둠을 헤치고 생가의 대문에 내건 최초의 문자를 온전히 나의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내 이름이 조상에 의해 태어났듯이 지금 내가 쓰는 문자의 팔 할은 그곳으로부터 흘러온 것이다 당신에게 보내는 나의 문자에 완강한 금기의 영역표시가 배어 있는 건 내 탓이 아니다 내가 나에게 걸려 넘어져도 당신이 같이 넘어지고 당신이 당신에게 걸려 넘어져도 내가 같이 넘어지는 것이어서 이건 옳지 않다고 침묵을 택한다 해도 침묵은 또한 말의 결승문자인 것 당신의 침묵에 걸려 넘어진 기억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를 넘어설 최후의 문자는 무엇일까 울음? 침묵? 배냇저고리에 봉인된 젖냄새 배인 별자리 혹은 사랑이나 죽음 따위는 더욱이 아님을 나는 안다 다만 세상에 아직 아무런 매듭이 없는 문자가 있다면 내용을 갖지 않은 바람의 운율이거나 비가 내려도 젖지 않는 허공 근처일 거라는 느낌 혹은 시작도 끝도 없는 아직 살아보지 못한 시간이 아닐까 그 빈곳으로 가서 태어나는 최초의 문자가 비로소 당신의 매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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