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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상 149.0시간
"정의는 없다. 선악의 기준만이 있을 뿐."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성녀마저도 사람을 꼬챙이에 꽂는 못된 악당이 되어버리는 세상에서, 하얀 늑대라 불리는 사내는 말을 타고 언제나 어딘가로 향한다. 늑대의 메달을 목에 걸고서.

이 세상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아니, 사실은 비참하고 끔찍할 지경이다. 제국이 점령한 땅에서 농부들은 굶주리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 마을은 불타오른다. 마법사들은 정치놀음에 여념이 없고, 귀족들은 서로의 목을 졸라 죽이기에도 시간이 없다. 그 와중에 가난보다도 무서운 괴물은 마을을 습격하고, 저주받은 자들은 밤마다 울부짖는다. 도적때는 아무것도 없는 자들에게서 그들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돈을 벌려면 괴물을 잡아야 한다. 괴물을 잡으려면 의뢰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뢰인들은 대개 '거짓말쟁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묻는다. "얼마죠?" 그리고 우리는 또 다시 갈림길 앞에 선다. 마을 전체의 운명이 걸린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그저 일개 농부의 닭 한 마리 값어치도 안 되는 선택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묘하게도,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게는 비슷하다. 닭 한 마리를 잃은 농부의 한숨이나, 마을 하나를 잃은 영주의 탄식이나, 그 끝맛은 씁슬하기까지 하다.

물론 리비아의 게롤트는 언제나 중립을 지키려 한다. 돈만 받으면 그만이다. 그는 감정없는 위쳐이기에. 블라비켄의 도살자(?)라는 이명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이 게임은 중립 따위는 없다고 비웃으며 대답한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시리를 찾아 나서고, 옛 연인(들)을 도우며, 술집에서 카드게임을 즐기고, 그 사이사이에도 그는 괴물들과 싸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대개 가장 위험한 괴물은 바로 사람 모습을 하고 있다.

CD 프로젝트 RED가 만든 이 걸작은, RPG라는 장르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너무나도 완벽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슬프다. 나는 이제 다른 RPG는 뭘 해도 시시해 보일 테니. 심지어 나는 이제 이 게임을 기억에서 잊고 싶다. 다시 처음으로 플레이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이 게임, 분명 다크소울처럼 난이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카이림처럼 자유도가 끝내주는 것도 아니다. 조작감도 어설프고 로치는 하루 웬종일 점프를 못하겠다고 징징댄다. 뭐 사소한 랜덤 인카운터조차 없다. 지도에 표시된 지역 이외에는 아무런 상호작용도 없다. 그런데도 자꾸만 손이 간다. 궨트때문일까? 아니 아마도 이건, 위쳐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2025년 2월 9일에 게시되었습니다. 2025년 2월 9일에 마지막으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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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상 173.8시간
100시간이 넘는 게임에 대한 나만의 평가를 내리기로 마음먹은지 어언 2년. 출시한지 10년이 넘어가는 이 게임을 아직도 평가하지 않았다는 게 마음에 걸려 급하게 작성해 본다.

정작 진짜 암살자는 없는 "암살자의 신조". 하기야, 애초에 주인공은 '암살자 흉내내는 해적'이니 뭐라 하기도 그렇다. 어쨌든 매력적인 건 사실이다. 검은 수염과 어울리며 해적 놀이에 빠져들고, 본업인 암살자 일은 대충하면서 죽치고 앉아 바다만 누비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게 중독성 있다.

주인공은 본래 해적이었으나 처음부터 해적은 아니었고, 원래는 사략선을 타다가 돈이 되는 걸 따라다니니 해적이 된 것이었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언젠가부터 의와 협을 따르기로 했고, 정의를 위해 잃은 것은 너무나도 많다. 잭도우의 포신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선원들은 집에 가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난 그저 수평선 너머를 바라볼 뿐이다. 영국 해군이 와도 도망가면 그만이고, 스페인 함대가 와도 숨어버리면 그만이다. 포르투갈 상선이 탐나도 귀찮으면 놓아주면 그만이다.

현대 파트가 거슬리는 건 사실. 그저 앉아서 쉬어가는 타임아웃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사실 그렇지도 않은게 3인칭과 1인칭의 마우스 감도 차이, 시야각 차이에 멀미가 날 지경인 건 비밀도 아니다. 그래도 이거 이런 게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것을 할 수도 있는 게임. 오랜만에 들어와도 바다 좀 거닐면서 뱃노래도 따라 부르는 그런 느낌. 현실에서는 법 잘 지키면서 살다가도 여기 들어오면 해적왕이 된 것 마냥 대포를 쏴대는 걸 보면, 우리 모두 가슴 한켠에는 숨겨둔 '해적 DNA'가 있는 게 아닐까?
2025년 2월 9일에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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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상 365.2시간
답도 없는 차팔이(판매한 차는 주인 몰래 다시 수거함)와, 나락 범죄자 인생을 청산하고 은퇴 후 잠적해버린 망나니, 그리고 뭐라 표현하기도 힘든 미친놈까지, 이 세 사람이 바로 Grand Theft Auto V의 주인공 되시겠다.
정규 교육과정을 모두 수료했는지 의심스러운 이 세 주인공은, 매사에 부정적이고, 사람이라면 일단 의심하고 보며(쏘기도 한다는 뜻), 하는 일마다 모두 레스터라고 하는 사람 없이는 다 망쳐버리는 구제불능 노답들이다.
각자의 사연 모두 기구하지만, 누구 하나 이들을 위로해주지 않는다. 심지어는 이모, 와이프, 부하들도. 그러다 보니까 이렇게까지 되었을지도..? 아무튼 이 범죄자들은 태연하게 거리를 돌아다니며 경찰을 쏘고, 은행을 털고, 남의 집 초가삼간 다 불태우고 나온다.
뭔가를 어디서 꺼내오는 거는 그들에게 너무도 쉬운 일이다. 이들만의 주특기인 경찰에 쫓기기는 덤.
그러나 3분여만 지난다면 이 게임의 사법집단이라는 작자들은 엘사에 빙의해서 '다 잊어' 집단열창이라도 하는지 어쩐건지 죄다 잊어버린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또 다른 말썽을 찾아 돌아다닌다. 이 주인공들은 절대 죽지 않고, 크게 다칠 뿐이다. 그것을 믿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자기들 마음대로 산다.
그런데 너무나 마음대로 살아버렸을까, 이들은 곧 나비효과처럼 굴러버린 커다란 눈덩이에 마주하게 된다. 바로 못된 놈들보다도 더 해버리는 가장 최악인 녀석들에게 지독하게 얽혀버리고 만 것..!
이 세 머저리들은 과연 모든 난관을 넘어서고 그들의 우정을 뜨겁게 불태울 수 있을 것인가!
2024년 8월 26일에 게시되었습니다. 2025년 2월 9일에 마지막으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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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상 12.0시간
앞서 해보기 평가
아주 재밌게 플레이한 공포 게임. 최대 4인이서 하는 게임인데, 버그가 좀 있던게 흠이었음. 근데 이 버그마저도 웃기다고 해야되나, 뭔가 의도된 건 줄 알고 헛짓거리 한게 몇번은 됨. 버그라는 걸 알고 나서는 얼마나 허무하던지. 그래도 퍼즐 푸는 재미가 있어서 뭔가 공포 방탈출하는 느낌도 있고, 미로 같은 구간도 있어서 길을 찾는 게임 같기도 함. 그리고 무언가에게 쫓기는 기분이 정말 좋지 않다는 것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줌. 근데 이런 게임은 역시 같이 해야 신나는 거 같다. 혼자 해보려니 별로 재미도 없고 크게 놀랄 것도 없고, 그냥 짜증만 난다 해야되나. 좀 답답하기만 함. 같이 이거 하고 있으면 그냥 뭐만 해도 웃김. 그냥 창문만 봐도 웃기고, 근데 은근 성취감 있어서 퍼즐 깨려고 다들 머리 굴리고 있는 거 보면 뭔가 우리 스스로가 대견해지기도 함. 억까가 좀 있긴 한데, 플레이에 지장줄 정도는 아니긴 함.
2024년 8월 25일에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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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상 219.2시간 (평가 당시 198.9시간)
다 만들었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아예 게임이 아닌 수준이라고 하기엔 조금의 기반을 다져놓았다(플레이 가능은 함). 이상할 정도로 자꾸 생각나는데, 그게 온전히 이 게임의 게임성 때문만큼은 절 대 로 아님. 뭔가 하나씩 나사가 빠져있고, 심지어는 게임의 필수요소도 부족한 경우가 많음. 세부사항 부분에서의 점수는 아예 주고 싶지도 않음. 아마 디테일에 죽고 사는 봉준호 감독 또는 일본사람들이 이 게임을 보면 장인정신은 어디갔냐며 길길이 날 뛸 수준! 그런데 이 장르의 게임이 이거밖에 없어서 분개하면서도 자꾸 켜 들어가는 내 꼴도 참 볼만 함. 창 살짝 내려서 내다꽂아 버리는 '랜스차징' 킬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이 집만의 특식. 아무튼 이 말과 칼날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뽕맛 하나는 제대로 집어넣었다. 이거 하나 때문에 이 게임을 킬 의지가 생긴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 외의 모든 것은, 글쎄... 말로 이루어 형용하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2024년 8월 5일에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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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상 322.6시간 (평가 당시 315.4시간)
제2차 세계대전. 가장 적게, 가장 보수적으로 잡아도 5,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이 전쟁에 의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죽었다. 비극은 군인에게도 민간인에게도 똑같이 일어났다. 결국에는 독일 등을 위시한 추축국과 또 마지막으로 일본이 항복하면서 전쟁은 막을 내렸다. 그리고는 냉전이 시작되었다. 이 게임은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3년 전인 1936년, 당시에 존재하던 여러 나라 중 하나의 지도자가 되어, 두 번 다시 없어야 할 인류 최후의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게임이다. 분명히 오직 한 명의 지도자는(그 지도자가 민주정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든지, 혹은 힘과 권위를 보여주는 여러 행위를 통해 정당성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독재정의 지도자든지 상관없이) 군사, 정치, 산업 등 모든 시설이나 기반, 그 외에 신경써야 할 부수적인 것(여기에는 민간산업까지도 포함된다)에 일일이 다 신경쓰지 않고, 또 실제로 신경쓸 수도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게임적 허용일까, 무슨 개인화기를 얼마나 생산할지까지도 정할 수가 있다. 어떤 전선을 늘리고 줄일지, 얼마나 많은 비행기를 투입할지 정하고 이 전투기들의 소티를, 낮에만 띄울지 밤에도 계속 띄울지 정할 수 있다. 어느 바다 해역에 얼마나 많은 함선을 투입할지도 결정할 수 있다. 민주주의 진영에서도 말이다. 게임은 오직 전쟁, 그리고 그 전쟁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 외의, 자본, 재화, 민간보급품 등의 부차적인 것은 아주 간략하게만 묘사하거나 혹은 아예 과감히 삭제했다. 게임의 주인공이라 하면 크게 7국가라고 할 수가 있는데, 각각 독일, 영국, 소련, 미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다. 이 열강들은 게임의 주무대에서 활약하며 역사대로 혹은 역사와는 상관없이, 자신 그리고 자신의 세력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도록 가장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이 게임과 관련해 제2차 세계대전에 큰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는데, 본 필자도 바로 그런 사람 중에 하나다. 원래는 역사광도 아니고 애초에 이 전쟁에서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가 졌다는 사실 밖에 몰랐는데, 역사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임 안에서는 전쟁 이전의 스페인 내전과 겨울전쟁,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서부전선과 동부전선 등으로 나눠지는 제2차 세계대전의 개략적인 구분또한 잘 묘사하였다. 각각의 전쟁들이 전쟁 중에 하나로 합쳐지는 모습은 이 전쟁이 왜 세계대전이라 부르는지 알게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20세기 초중반이기 때문에, 각종 미디어에서도 자주 다뤄지는 주제다. 오펜하이머, 캡틴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 피아니스트, 쉰들러 리스트, 밴드 오브 브라더스, 이미테이션 게임 등 잠깐만 떠올려도 이 전쟁을 주제로 한 미디어가 엄청나게 많다. 이 게임도 그 중 하나다. 동시에 같은 주제의 다른 장르 게임에서는 볼 수 없는 아주 유니크한 게임이다. 그러나 게임 필수 요소를 짜증나게 DLC로 발매하거나(게임필수요소의 추가/변경은 업데이트로 보장하는 게임들이 많음에도!), 편의성에 역행하는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불만이다. 그래도 요 근래 지도 펼쳐놓고 하는 게임 중에 이 정도 퀄리티를 가진 게임은 드물고, 게임 진행에 있어 상당한 보드게임적 직관과 전술전략적인 부분에서의 디테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히 추천하는 게임이다.
2024년 8월 5일에 게시되었습니다. 2024년 8월 9일에 마지막으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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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상 412.3시간
풋볼매니저. 우리 구단은 좋은 선수를 영입할 돈도, 지킬 돈도 없고, 좋은 유망주는 헐값에 팔리고, 쓸데없는 선수는 비싸게 모셔와야 하는 게임이다. 분명 우리 스카우터들은 반드시 영입해야 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정작 데려오니 6개월 부상 티켓을 끊고 어디서 요양을 하는지 주급만 갈아마시고 있다. 14경기 8골을 넣던 우리 잉글랜드 출신 최고의 유망주는 더 큰 구단으로 이적하고 싶다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나한테만 얘기하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선수단 내에 파벌을 만들어 불화를 일으킨다. 언론플레이는 덤이다. 득달같이 뮌헨, 파리가 나서서 한화 120억을 제시한다. 나는 최소 1,000억은 기대했는데... 계약종료까지 다 쓰고 보내자니 120억도 아쉬워 미치겠다. 분명 내 능력치는 펩, 무리뉴도 울고갈만한 20 풀스탯으로 가득 차 있는데, 파일럿 탓인가 성적은 안나오고, 팬들은 울고 선수단은 우울하고, 구단주는 화를 낸다. 다른 팀을 알아봐야 할 시간인가보다.
2024년 2월 29일에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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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상 6.0시간
전쟁, 전쟁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전쟁은 살아있는 자들에게서 그들의 삶만큼이나 가치 있는 것들을 가차없이 빼앗아간다. 가족, 집, 식량, 안전, 의약품, 기호식품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죽은 자들에게 안식을 불어넣을 시간조차 갖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산 자들에게 강요한다. 여유, 기도, 수면 등이 또 그것이다. 전쟁은 죽음에 가치를 매긴다. 또 마르지 않는 비극을 생산한다. 사람들의 희망을 깎아나간다. 전쟁은 이렇게 끊임없이 가져간다. 마치 욕심으로 가득한 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구 먹어치운다.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은 여러 게임 중에서도 독특하게 병사가 아닌 민간인을 주목한다. 민간인은 군인보다 취약하다. 군인에겐 무기가 주어지고 미약하게나마 방어수단도 기대할 수 있다. 또 군인은 여러 작전과 소수의 희생을 통해 생존과 지속적인 전투까지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인에겐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방탄모가 없고, 훈련이 되어 있지 않고, 애초에 다수가 아니기 때문에 희생시킬 소수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제목인 나만의 전쟁이 뜻하는 바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나의 전쟁은 그들의 전쟁과는 다른 양상이다. 내 전쟁은 그들의 전쟁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그들의 전쟁은 나의 전쟁의 모든것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내 전쟁은 줍고, 겨우 먹고, 긴장하며 잠들거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다. 내 전쟁은 얼어죽지 않도록 불을 때우고, 바깥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몰래 담요라도 덮어놓고 라디오를 듣는 것이다. 전쟁은 이토록 비극이다.

그런데 게임에 적응할 수록 살아남는 것 그 이상의 뭔가를 자꾸 시도하기도 한다.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정확히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음식을 먹고, 받을 것이 있는 사람에게만 나눠주고, 칼 한자루로 소총을 든 군인을 무력화하기도 한다. 맵이 익숙해지고, 그 맵에 뭐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아내기 시작하면서, 분명 처음 봐야 할 사람인데 이미 그들이 원하는 것을 미리 알고서 그것을 지참해 와서 주머니에서 꺼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이 게임의 캐주얼함이 오히려 또 신선하게 다가온다. 랜덤생성이 아닌 짜여진 맵로직의 날것 그대로의 맛. 어떤 맵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특정 맵에서 쓸모없는 준비물로 칸을 낭비하지 않는다. 이제 게임을 처음 한 그 때의 감정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멘탈에 무리가 가는 행위인 불쌍한 사람들의 것을 빼앗는 강도짓을 미리 알고 절대 하지 않는다. 어쩌면 '전쟁에 익숙해져 무뎌진 모습까지 벼려낸 것이라면?' 하는 상상까지도 하게 만드는 게임이다.
2024년 2월 9일에 게시되었습니다. 2024년 4월 12일에 마지막으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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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상 102.9시간 (평가 당시 100.0시간)
2009년 작 게임 중 가장 많은 DLC를 자랑하는 게임. 심즈3는 리얼 라이프 시뮬레이션이다. 그런데 이 게임, 리얼하지가 않다. 또 진정한 의미에서의 라이프도 아니다. 장르인 리얼 라이프 시뮬레이션은, 신성 로마 제국만큼이나 어불성설인듯 하다. 늑대인간과 뱀파이어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유행을 좇다보니 클래식한 맛이 없어졌다. 리얼이라는 것은 게임 세계를 실제 시간인 24시간으로 만들어 달라든가 현실에 존재하는 범죄를 추가하라는 것이 아니다. 흐름이라는 것에 납득할만한 개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건물을 지으면 공사 없이 순식간에 완공된다. 또, 집에서 냉장고 문을 여는 것 만으로도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이 냉장고는 분명 부럽긴 하다. 그러나 리얼하지는 않다. 죽으면 유령이 되어서 부활까지 할 수 있다. 어떤 물약을 마시면 죽지 않거나 늙지를 않는다. 이는 분명 라이프가 아니다. 크루세이더 킹즈처럼 난이도 조절이라든가, 철인 모드라든가, 규칙 설정이 가능했으면 조금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세팅은 너무 부족하다. 다양한 투자를 한다거나(투자는 부동산밖에 할 수 없다), 자동차나 집을 할부로 구입한다거나 하는 좀 더 현실적인 부분도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래도 이만한 게임이 없다는 건 사실이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직업을 구현하는 일은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또 수십명의 심이 상호작용하는 거대한 오픈월드를 구현하는 것도 분명 어려운 일이다. 아쉬운 점이 심즈4에서 여럿 개선되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씁쓸함만 남는다.
2024년 2월 9일에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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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상 58.4시간
왜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 게임은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일까. 게임이란 자고로, 게이머의 로망을 충족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다. 현실에서 하기 어려운 일들을 쉽게 해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의 여행, 우주 정복과 같은 비과학적 사건이 그렇다. 게임은 대체로 이런 허무맹랑하기도 한 주제를 게이머에게 건내 준다. 현실에서 하기 어려운 일에 심지어는 폭행이나 강도 같은 금기도 좋다. 인간 본연의 욕망인 파괴욕구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지극히 건강하기까지 하다. 잠입 액션 장르인 이 디스아너드는 사람들의 판타지를 완전히 실현시키는 게임이다. 마법을 부리며 지붕 위를 날기라도 하듯 뛰어 다니고, 복수를 위해 숨어들었다가 적을 순식간에 암살하고, 흔적도 없이 유유히 사라지는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우리들이 한번씩은 꿈꿔본 로망이 아닐까. 시간을 멈추며 순간이동을 하고, 인간으로서는 하기 힘든 완력을 드러내기도 한다. AD와 AP의 적절한 조화라고나 할까. 어쨌든 이런 주인공은,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선택받은 자'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은 주인공을 선택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런 디스아너드의 미스터리한 배경까지도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 디스아너드는 근대 유럽, 정확히는 전근대 영국의 모습을 투영시켰다. 그래서 실제로 머지 않은 곳에 있을 것만 같다는 느낌도 받는다. 맵의 전체적인 디자인(시각적인 디자인과, 맵 로직 둘 다) 역시 너무 깔끔하다. 감옥은 정말로 춥고 딱딱해 보이고, 도시는 어둡고 공허하다. 제국으로 복귀하는 그 시작부터 게임에 깊게 몰입할 수밖에 없다. 맵 로직도 헷갈리거나 장소를 빙빙 도는 일 없이 여러 루트가 결국 최종 목표로 이어진다. 길을 찾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게임을 끄고 싶어지는 욕구가 커진다는 사실을 게임사는 너무 잘 아는 듯하다. 어쨌든,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주인공은, 무너지기 일보직전인 제국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지켜야 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동시에 지켜야 할 사람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주인공은, 슬프고 자시고를 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임무에 투입된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흩어져 무너진 것을 다시 되돌리려 노력한다. 디스아너드는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 같은 게임이다.
2024년 2월 9일에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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