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평점 : 6.0 / 10

결론부터 말하자면 드래곤즈 도그마2는 명백한 실패작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할 뿐이지만 디렉터 이츠노 히데아키가 추구하는 게임의 방향성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명백한 실패' 라는 워딩이 그다지 과격한게 아니라는 사실을 아실겁니다. 물론 이는 작품의 내적인 구조에 결함이 있다는 뜻일 뿐 상업적 성과나 캡콤의 비전 확립과는 관련이 없는 명제입니다. 실제로 해당 게임은 200만장 이상이 팔리며 적당한 상업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RE엔진의 오픈필드 소화력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견본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캡콤에 주식 투자하신 분들에게는 별 의미없는 작품이겠지만 반대로 캡콤 특유의 작가주의적 성향에 매혹된 게이머들이나 드래곤즈 도그마 시리즈의 지속성을 염원하던 팬들은 다소 복잡한 심경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는 최적화, 2000년대 초반에나 볼법한 낡은 시스템 같은 내용은 뒤로 미루고 '인터렉션(상호작용)' 의 관점에서 해당작품을 자세하게 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인터렉션 이야말로 영화, 그림과 같은 시각적 매체와 게임을 구분지어주는 결정적인 매카닉이며 동시에 게임의 제작진과 플레이어가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맞댈 수 있는 연결점이기 때문입니다. 드래곤즈 도그마2의 제작진은 그 사실을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인터렉션의 영역에 나름의 아이디어와 노력을 투자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허술한 수준의 인터렉션으로 뒤덮인 어설픈 유로피언 판타지를 만들었다는 점이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드래곤즈 도그마2의 인터렉션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문제를 보이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세계관을 설명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인 NPC, 인카운터, 퀘스트라인의 구성에서 보이는 헛점들과 두 번째로는 전작보다 열화된 전투 관련 인터렉션입니다.

(1) NPC의 경우 숫자가 많고 한명한명이 각자의 스케쥴을 가지고 있는 무거운 형태인데도 불구하고 메인, 서브 퀘스트에 연관되어 있지 않은 잡 NPC들은 아무 기능없이 '마을에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만을 전하며 경직된 배경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게임 속에서 NPC가 많아야할 이유를 설득력있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발매 초기에 NPC 스케쥴 연산처리로 인해 최적화 관련해서 악평 세례를 받은 점을 생각해보면 이는 명백한 소스 낭비에 불과하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퀘스트에 연관된 중요 NPC들은 주목을 받아야하는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이지 못한 이벤트 한두개 선에서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식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충분히 받지 못한채 잊혀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캡콤의 액션 게임 계보에서 자주 드러나는 배경인물들의 병풍화와 유사하며 드래곤즈 도그마2 또한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작품에 속한다는 뜻이겠죠. 이렇게 NPC 관련해서 경직성이 드러나 전체적으로 게임의 생동감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호감도가 만땅인 NPC 두 명을 집으로 데리고 왔을 때 서로 뺨치고 싸우는 부차적이고 단편적인 상호작용 같은걸 구현한걸 보면 개발과정에서 'NPC가 플레이에 어떻게 영향을 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토의보다 쓸데없는 곳에 애먼 시간을 낭비한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드는 편입니다. 기본이 부족해서 아까워 죽겠는데 쿨찐마냥 장난에 가까운 이러한 인터렉션을 대단한 부분으로 과장하며 도전과제에 당당히 쳐박아 놓은 모습을 보면 뭐가 문제인지도 인식 못하는 머저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2) 인카운터의 설계 또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우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할 때 등장하는 습격 인카운터는 (거의) 고정적이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지라 안그래도 느린 게임의 템포를 의미없게 늘어뜨리기만 하며 플레이 영역을 넓히는 특별한 인카운터의 부재 또한 플레이에 지루함을 주는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발매후 이슈가 되었던 '용내림' 과 같은 극단적인 이벤트 인카운터는 용두사미식 설계로 인해 플레이어의 심리상태를 헤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룻밤만에 NPC를 몰살시킨다는 파격적인 내용과 달리 용내림 이후의 극복 이벤트가 전혀 유도되지 않는다는 점 + 용내림 이전 전조를 알아보기 힘들게 의도적으로 은폐하는 등..아이디어는 좋으나 뒷심이 한참 부족한 디렉터와 개발진들의 의지박약이 국민연금처럼 플레이어의 고통으로 전가되는 극적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3) 퀘스트라인은 퀘스트 발생 지점과 목적을 명시해주기는 하지만 해결방식은 스스로 찾도록 직접적인 정보는 은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문제 해결방식을 플레이어 스스로 생각해보며 퍼즐을 푸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퀘스트 풀이를 플레이어의 생각에 맡기는 대담한 구성을 취한 셈입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답은 하나로 정해져있기에 제작진이 원하는 풀이방식을 찾아간다는 느낌을 떨치기는 힘들며 플레이어의 우발적인 행동까지 정밀하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버그가 발생하거나 완료되지 못한채 퀘스트창을 점유하는 기술적인 문제 또한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유령 우차' 퀘스트의 경우 특정 조건을 만족하여 우차에 타는 단계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별 이유없이 실패처리되고 이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퀘스트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은 편이죠.

(4) 전투 관련 인터렉션은 1편에 비해 열화된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시각적인 이펙트와 타격감은 훌륭하게 구현되었으나 쓸 수 있는 무브셋의 숫자가 줄어들었기에 전투를 통한 접근에서 다각적인 즐거움을 찾기 힘들어진 편입니다. 예를 들어 1편의 소서러는 스탯 영향만 받는 '보조마법'과 배율 보너스까지 추가로 받는 '주마법'과 을 구분하여 총 6개의 마법을 장착하여 전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2편에서는 스테미나 리커버라는 특수능력을 부여받은 대가로 총 4개의 마법만을 쓰도록 조정되어 유연한 스킬 채용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검방전사인 파이터 또한 방패와 검 무브셋의 통합으로 스킬선정에 난점을 겪으며 워리어의 경우 1편보다 하나의 무브셋을 더 채용할 수 있지만 다른 클래스와 유사하게 스킬슬롯 부족으로 인한 난항을 겪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직업군이 분화가 되었으나 특수능력만 다를 뿐 전 직업이 동일하게 4개의 스킬만을 골라 사용하는 마구잡이식 통폐합이 이루어짐으로써 직업군을 굴리는 플레이어의 컨트롤 감각이 1편에 비해 단순해지고 지루해진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1편에서 보여준 맥락없는 몹배치와 생각없이 만들어진 단순하고 막장스러운 패턴 디자인은 여전해서 전체적인 전투 인터렉션의 모양새 또한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드레이크의 메테오와 같은 선넘은 광역 공격이나 스토리 후반부의 휴지블 드래곤의 지점 타격 공략과 같은 요소는 10년전 발매된 드래곤즈 도그마1의 투박함과 다른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감각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로 볼때 결과적으로 캡콤이 잘하는 '서로 칼을 맞대는 뻬어난 전투를 통해 사람들에게 우리만의 서양판타지를 보여주자' 라는 부분에서도 성취를 거두었다고 보기 힘들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현 시점에서 드래곤즈 도그마2는 이도저도 아닌 수준의 인터렉션 설계로 인해 플레이의 즐거움을 찾기 힘들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해당 작품에서 보이는 제작진의 미숙함은 놀랍게도 10년전 발매된 전작 드래곤즈 도그마1에서 받은 지적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1편 발매 당시에는 '그래도 전투는 재밌다' 라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캡콤 액션 판타지의 블루프린트로 평가받기도 했으나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변한게 없고 디렉터는 뻔뻔한 어투로 마케팅이나 하고 앉아있으니 졸작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다는건 어쩌면 당연한 인과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는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게임 내부 인터렉션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제작진이 고객을 상대하는 기본적인 인터렉션의 개념 또한 재고하여 '플레이어가 재밌어하는 게임은 무엇일까'에 대해 깊이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0년이 지나도 정-말 변함없는 디렉터의 딸피 감성을 90000원에 사줄 사람은 앞으로 더 줄어들테니 말입니다.

돈주고 사서 열심히 합니다만,,
크래시가 너무 발생하네요..pc판..
모드 설치한거도 없는데요 ㅠ
pc사양 나쁘지 않은데, 아..ㅠㅠ

2만원에 사야 알맞는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