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2년전에 스토브에서 1회차를 마무리했고 이번에 풀보이스 더빙에 UI개선 및 이미지 리터칭 업데이트가 있다고 해서 스팀으로 구매해 2회차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일본 유통사 쪽에서 스테퍼 케이스 스위치 패키지판을 출시하면서 어떤 언어로 더빙을 원하는지 투표를 진행하였고 일어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따라서 일본어로 무려 풀보이스(!!) 더빙이 되었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플레이할 때의 게임의 몰입도를 배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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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스테퍼 케이스'는 초능력이라는 요소가 가미된 추리 어드벤처 게임으로 플레이어가 수사관이 되어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처음 접했을 때는 단순한 추리게임인 줄 알았지만, 주인공이 초능력을 가진 수사관들과 협력하면서 기존 추리물과는 다른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였습니다.


게임은 196X년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기억 조작, 감정 감지 등 다양한 초능력을 활용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일을 맡습니다. 이 능력들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소모성 기믹이 아니라 추리하는 과정에 유기적으로 엮여 있어서 몰입도를 한층 더 높여주었습니다. 특히 헥사 로직을 풀 때는 모든 퍼즐이 하나둘씩 맞춰져가면서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초능력을 기반으로 한 추리 시스템은 초반에는 조금 복잡하게 느껴졌지만 튜토리얼이 잘 되어 있어 금방 적응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분기점이 생기고 이로 인해 다회차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괜찮았습니다. 각 캐릭터마다 개성도 넘쳐서 게임 진행시 대화가 길게 진행되어도 루즈해지지 않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다만 몇몇 퍼즐은 개연성 있는 추리보다는 직감으로 얻어걸린다는 느낌을 받아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스테퍼 케이스 특유의 일러스트 화풍과 그에 걸맞는 UI는 추리 게임의 분위기를 잘 살려줍니다. 조사 중 시간이 정지하거나 기억 속으로 들어갈 때의 화면이 깨지는 듯한 연출은 마치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는듯한 몰입감을 주었습니다. BGM의 선정이나 특정 상황에서 등장하는 효과음도 훌륭합니다. 특히 챕터4의 헥사 로직에 나오는 긴박한 분위기의 브금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일단 추리 시스템 자체가 약간 아쉽습니다. 앞서 일부 퍼즐이 직관적이지 않아 다소 헤맬 수 있다고 말한 부분과 일맥상통합니다. 초능력이라는 요소는 추리에 통용되는 일반적인 상식을 깨부수는 역할을 해 흥미를 돋을 수 있지만, 역으로 말하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해서 단서를 조합할 때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그에 반해 몇몇 사건은 깊이 있는 추리를 하기보다 단서들을 알려주고 순서대로 클릭만 해도 해결할 수 있어서 퍼즐 간의 난이도 간극이 존재했습니다. 비주얼 노벨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분기점이 존재해도 결국 짜여진 스크립트에 따라 흘러가는 전개도 아쉬운 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저는 스토리가 들어간 추리게임을 좋아합니다. 특히 일본 제작사에서 만든 역전재판이나 단간론파,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출시한 마법소녀의 마녀재판같이 비주얼 노벨의 형식을 빌린 게임들은 한번 시작하면 엔딩을 보기 전까지 세계관에 빠져들어 몰입을 하는 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테퍼 케이스는 기존 추리게임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준 작품입니다. 국산 인디게임 중에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게 하는 탄탄한 스토리와 설정을 가진 추리게임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지만 앞으로도 이런 게임이 많이 출시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