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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6 Feb, 2024 @ 6:52am
Updated: 6 Feb, 2024 @ 6:54am

Early Access Review
어렸을 적, 포켓몬을 보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니, 피카츄가 근처에서 100만 볼트 전압의 전기를 흩뿌려대는데 지우는 어떻게 멀쩡하게 살아남는거지?"

"하다못해 깨비드릴조가 부리로 트레이너를 꿰뚫으면 즉시 주님과 면담을 해야하는거 아닌가?"

포켓몬은 인간의 친구라며 사실상 노예대접을 하고 있는, 그런데 사실상 반항의 여지조차 없어보이는 비인도적이고 편의주의적인 설정을 대놓고 갖다박은 현실성이 개박살난 만화를 보면서 무언가(동심)를 잃은 것처럼 한탄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오래된 동심을 충족시켜주는 게임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보다 100배는 무거워보이는 포켓몬, 아니 팰이 점프만해도 짜부되며 죽는게 일상이며

하다못해 만만해 보이는 양도 생각보다 체급이 꽤 있어 돌진 몇번 맞으면 저승행인 바로 그런 게임 말이죠.

약육강식의 기본적인 룰이 지배하는 야생에선 응당 이래야 현실적인 겁니다.

곰은 사람을 찢고 들개는 사람을 물어서 죽여요.



물론 이렇게만 들으면 인간이 팰의 노예가 되어 사육되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래도 제작자가 밸런싱은 나름대로 해놔서,

초반의 굴욕만 좀 잘 버티면 나무막대, 빠따를 거쳐 후반엔 검과 로켓 발사기로 팰을 역으로 응징할 수 있습니다.

생각있는 제작자라면 나중에라도 복수할 수 있게 방법 정도는 남겨놔야죠.

그 덕분에 헤로롱의 다연장미사일발사기로 양과 고양이와 불여우를 일망타진하는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생각을 좀 해보자면 어떤 면에선 밸런싱을 정말 잘 잡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초반엔 팰이 인간을 갖고 놀다가, 나중엔 인간이 팰을 노예처럼 부리고 심지어 인간이 인간을 노예처럼 부리는걸 보니 그야말로 누구나 노예가 될 수 있는 매우 공평한 시스템이기 때문이죠.

예? 인간을 팰 스피어(포켓볼)로 잡아서 사육하는게 불법이라고요?

하지만 학자금 대출에 목을 메인 제 처지가 그와 다를 바가 있을까요?

어차피 인간은 재산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재벌이 되지 않는 이상 어딘가에 메여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잊고싶은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주는걸 보니 생각보다 매우 철학적인 게임이기도 하네요.



이래저래 말이 길었는데, 어쨌든 3만원대 가격에 이런 만족감과, 절망과, 철학적인 생각을 갖게 해주는 로제치즈피자치킨라면같은 갓겜 팰월드 한번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함 무봐도 후회할 일은 거의 없으실겁니다.



아, 메모리 누수등의 하자때문에 재수없으면 컴이 맛이 갈 수 있긴 합니다만 그건 알아서 대처하십쇼. 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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