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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9 Feb @ 10:04pm
Updated: 9 Feb @ 10:07pm

"정의는 없다. 선악의 기준만이 있을 뿐."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성녀마저도 사람을 꼬챙이에 꽂는 못된 악당이 되어버리는 세상에서, 하얀 늑대라 불리는 사내는 말을 타고 언제나 어딘가로 향한다. 늑대의 메달을 목에 걸고서.

이 세상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아니, 사실은 비참하고 끔찍할 지경이다. 제국이 점령한 땅에서 농부들은 굶주리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 마을은 불타오른다. 마법사들은 정치놀음에 여념이 없고, 귀족들은 서로의 목을 졸라 죽이기에도 시간이 없다. 그 와중에 가난보다도 무서운 괴물은 마을을 습격하고, 저주받은 자들은 밤마다 울부짖는다. 도적때는 아무것도 없는 자들에게서 그들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돈을 벌려면 괴물을 잡아야 한다. 괴물을 잡으려면 의뢰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뢰인들은 대개 '거짓말쟁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묻는다. "얼마죠?" 그리고 우리는 또 다시 갈림길 앞에 선다. 마을 전체의 운명이 걸린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그저 일개 농부의 닭 한 마리 값어치도 안 되는 선택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묘하게도,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그 무게는 비슷하다. 닭 한 마리를 잃은 농부의 한숨이나, 마을 하나를 잃은 영주의 탄식이나, 그 끝맛은 씁슬하기까지 하다.

물론 리비아의 게롤트는 언제나 중립을 지키려 한다. 돈만 받으면 그만이다. 그는 감정없는 위쳐이기에. 블라비켄의 도살자(?)라는 이명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이 게임은 중립 따위는 없다고 비웃으며 대답한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시리를 찾아 나서고, 옛 연인(들)을 도우며, 술집에서 카드게임을 즐기고, 그 사이사이에도 그는 괴물들과 싸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대개 가장 위험한 괴물은 바로 사람 모습을 하고 있다.

CD 프로젝트 RED가 만든 이 걸작은, RPG라는 장르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너무나도 완벽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슬프다. 나는 이제 다른 RPG는 뭘 해도 시시해 보일 테니. 심지어 나는 이제 이 게임을 기억에서 잊고 싶다. 다시 처음으로 플레이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이 게임, 분명 다크소울처럼 난이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카이림처럼 자유도가 끝내주는 것도 아니다. 조작감도 어설프고 로치는 하루 웬종일 점프를 못하겠다고 징징댄다. 뭐 사소한 랜덤 인카운터조차 없다. 지도에 표시된 지역 이외에는 아무런 상호작용도 없다. 그런데도 자꾸만 손이 간다. 궨트때문일까? 아니 아마도 이건, 위쳐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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