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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7 Mar, 2020 @ 2:40am
Updated: 26 Dec, 2022 @ 4:20am

35주년을 기념해서 35년전으로 가버린 시리즈 최신작

코에이 삼국지에 대한 미련은 이미 진작에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14편 발매에 앞서 제작진이 밝힌 여러가지 포부와 전체 로드맵, 그리고 더 나아지려고하는 의지를 발매전 인터뷰에서 꽤 진지하게 엿볼수 있었고 거기에 혹해 일말의 희망과 기대를 품으며 오래전에 이미 못박아놓았던 관뚜껑을 결국 다시 열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 희망이 부질없게도 결국 코에이 삼국지에는 더 이상 기대할 것도 미련도 남은 게 없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14편은 제작진이 출시전 밝혔던 바와 같이 기존 시리즈에서(주로 9,11편) 호평받았던 요소들 예를들어, 부분 실시간 턴제나 넓은 단일 월드맵, 장수의 개성과 특성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그리고 여러 피드백을 받아서 고쳐나갈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패치를 통해 개선을 해나가고 있으며 제작진 역시 그런 의지를 여러차례 피력해왔기때문에 향후 더 발전할 여지는 있어보인다. 하지만 이번 삼국지 14의 문제는 그런 디테일한 부분에 있지 않다. 삼국지는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 볼수있듯이 시뮬레이션, 전략 이라는 태그가 가장 앞에 달려있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전략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를수가 없는 수준의 물건이 되버렸다. 캐릭터 보드 게임보다도 못한 깊이의 전략성에다 거의 짐승 수준의 심각하게 덜떨어진 AI, 초반만 넘기면 국면의 전환이 멸종되는 정적인 게임의 흐름은 지루하다못해 졸음이 쏟아질 지경이고 점점 흘러넘치는 심각한 자원(금, 군량, 병력) 인플레이션을 보고있자면 대체 제작진이 무슨 생각으로 이 게임을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먼저 보급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작 병참에 대한 내정 요소는 단 한가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맵 위에서 색깔놀이하다가 그게 짤리면 병참이 단절된다는 설정이다. 부대가 출진하면서 식량을 가지고 있는것도 아니고 출진하고나서 보급기지를 건설할수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본성하고 이어지지 않으면 모든 보급이 중단된다는 이 황당한 설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러한 끊어먹기 전술을 아예 이용하지않는 적 AI 덕분에 오로지 플레이어에게만 유리한 치트키 같은 설정이 되어 버린다. 게다가 후술할 저질 AI와 환상의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진군하다가 지혼자 보급선이 끊기며 자멸하는 기가막히는 콜라보레이션까지 보여주기에 이른다. 애당초 보급에 대한 이런 얄팍한 설정으로 인해 전술적으로 뭐 이용할 깊이라는게 있을리가 없지만.

또한 광활한 중국대륙을 넓은 단일맵으로 구성해서 좀 더 전략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시도는 나쁘지 않았고 아마도 시리즈 사상 가장 지리적으로 디테일한 구성을 가졌을 맵을 만든것은 주목할만한 부분이지만 맵상의 모든 동향을 마치 인공위성을 띄워놓은것마냥 한눈에 보이게 만들어버려서 결과적으로는 심각하게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10일 간격으로 이뤄지는 부분 실시간 턴제는 예측이 안되는 상황과 맞물려 가장 최고조의 긴장감을 형성했어야했는데 맵에 적들이 어디로 쳐들어오고 어디로 이동하는게 뻔히 다 보이는 상황에서 그런게 존재할리가 없다. 첩보전 기능이 있는것도 아니고 전술맵이 따로 존재해서 좀 더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리는것도 아닌데 단일 맵에서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은 몰입이나 긴장감이라는걸 찾아볼래야 볼수가 없게 만들었다.

자원의 지나친 인플레이션도 심각하다. 시나리오를 아무거나 시작해서 3,4년 동안 성을 3,4개 정도 점령하고나면 자연스레 수십만의 병력과 부족함이 없는 금, 군량이 쌓이는데 이때부터 소위 말하는 천통각이 떠버리고 어떤 변수도 없이 그대로 천통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중원이나 하북이 아닌 다른 지역의 군주나 약소 군주를 선택하면 그나마 자원 수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겠지만 결국 3,4년 걸릴거 5,6년으로 늘어나는 정도의 차이일뿐 결과적으로는 다를게 하나도 없다. 늦던 빠르던 자원은 어짜피 쌓이게 될것이고 AI 세력들은 어떤수를 쓰더라도 플레이어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지 못한다.

하지만 뭣보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밑바닥을 뚫고 내려가서 어디까지 덜떨어질지 모를 수준 낮은 AI다. 원소처럼 한번에 병력을 몰아쳐서 점령해나가는 타입이 있고 유표나 유장처럼 일정 수준이 되면 알박고 지키는 타입이 있고 유비나 손씨가문처럼 점진적으로 하나하나 점령해가는 타입 그리고 조조, 여포처럼 사방팔방으로 확장하는 타입이 있는데 전부 빡대가리 AI라 이런 구분이 의미가 없다. 전술적 디테일은 말할것도 없고 전략적 측면의 외교, 병력배치, 병참, 인재활용 등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총체적으로 최악의 인공지능 퀄리티를 보여준다. 그나마 인재가 흘러 넘치는 조조 정도되면 플레이어가 싸워볼만하지만 다른 세력들은 뭐하나 위협적인게 없다. 그리고 병력의 진군 루트 설정의 알고리즘은 누가 짜놓았는지 모르겠는데 북평 - 남피 루트나 건업 - 광릉 루트(극히 일부의 예시)같이 도대체 생각이란걸 한건지 의문이 드는 AI의 진군 루트를 보고 있자면 게임하기가 싫어질 정도로 한숨이 나온다. 전쟁 뿐만아니라 외교 AI도 답이 없는게 우호도 올리는게 너무 쉽고, 한번 우호가 쌓이면 거의 떨어지는 일이 없다. 위협적인 세력에 맞서 연계하는 AI는 언감생심이고 한번 최강세력이 되면 천통각이 뜨고 그냥 그대로 천통까지 하이패스가 되버리니 게임을 계속 해야할 의미가 없어진다.

무려 35주년을 맞이한 시리즈의 최신작인 14편은 그래도 이전작들에서 쌓아왔던 악명을 벗어던지고자 제작진들이 나름 노력한 흔적도 보이고 개선될 여지도 있고 맵의 지리적 구현도,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삼국지의 대리 체험, 늘어난 장수의 수 등등 게임을 풍부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결과물도 더러 보인다. 하지만 이번 14편은 전략게임으로서의 근본에 있어서는 시리즈 초기작인 2편과 비교해봐도 그래픽빼면 거의 나아진게 없을 정도로 제자리 걸음이다. 개인적으로 삼국지가 가장 발전했던 시기는 4,5,6편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개별 작품의 수준이 월등하다고 볼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양한 요소를 도입하고 실험하면서 차기작에서는 정말 끝내주는 게임이 나올거라고 기대하게 만들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정확하게 장수제가 도입되면서 삼국지는 전략게임에서 캐릭터 게임으로 변해갔다. 코에이는 삼국지를 장수제라는 시스템으로 만족할만한 물건을 만들수있는 개발사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이렇게 수준딸리는 개발력으로 수많은 호걸들이 저마다 야망을 갖고 활약했던 삼국지속 영웅으로써의 삶을 대리체험하는 장수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건 그저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 앞서 여러 가지로 개선될수 있을거라고 했지만 결국 지엽적인 부분의 개선일뿐 근본적으로 코에이가 가진 삼국지의 컨셉은 전혀 달라지지 않을것같다. 여전히 캐릭터 게임으로만 접근하고 있고 전략시뮬레이션으로의 접근은 더이상 실마리조차 찾아볼수가 없기때문이다. 애석하지만 이제 더 기다릴 여유도 없고 그럴 애정도 다 없어졌다. 파워업키트가 나오고 패치가 계속되겠지만 나에게 코에이의 삼국지는 이 14편이 정말 마지막이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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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ments
overflow 21 Dec, 2020 @ 3:48am 
pk 나오는 꼬라지보면서 기가찼지만 어쩌겠습니까. 돈에이 이빨에 놀아난 제가 병신이죠.
mrmighty 20 Dec, 2020 @ 11:11pm 
삼국지 시대가 끝나고 막장 저세상 DLC 까지 나온 이 시점에서

화려하게 '오국지' 정도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tkdlzhson 19 May, 2020 @ 12:58am 
그냥 마개조 쉽덕겜으로 전락했단 느낌 조만간 유저판 쉽덕모드 넘쳐나겠지.
Better Call Hizo 3 Apr, 2020 @ 9:29am 
ㄹㅇ 좋다고 하는 애들 전략수준 ai급.
쌍비 21 Mar, 2020 @ 5:39pm 
이런겜을 최근 평가 저리 만든 사람들도 별수 없는 ㅋㅋㅋㅋㅋ
MasterAsia 11 Mar, 2020 @ 9:28am 
이젠 정말 끝이다...동감이 되네요.
overflow 7 Mar, 2020 @ 5:23am 
@[黑烏]BlackRaven / 그동안 코에이가 상술로 그저 돈만 벌려고하는 회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냥 능력이 없는거라는걸 이번에 확실하게 깨달았어요. 비난이 아니라 이제는 정말 제대로 해보고싶어도 어떻게해야 제대로 하는건지조차 모르는거에요. 안타까운 일이죠.
[黑烏]BlackRaven 7 Mar, 2020 @ 4:49am 
최근에 저세상DLC까지 나온 상황이죠~
삼국지에 DLC통해 은하영웅전설과 아틀리에 케릭터를 넣어버리니...
역사게임을 시공의폭풍처럼 짬뽕되는 게임되는거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