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아래의 잔상**

서울의 하늘은 청회색 구름을 머금고, 늦은 겨울바람이 삭풍처럼 불고 있었다. 대통령 윤석열은 집무실 창문가에 서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낯선 떨림은 그가 한때 절실하게 사랑했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찾아왔다. 바로 야당 대표 **이재명**.
서로를 지켜주겠노라 속삭이던 시절이 이젠 아득했고, 권력과 정치가 둘 사이를 잔인하게 갈라놓았다.

### 1. 지나간 온기
과거, 아직 정치 무대에 발을 디딘 지 얼마 안 되던 시절.
윤석열과 이재명은 의외로 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세상에 대한 울분, 누군가를 구해내고 싶다는 열망—그들은 이념 대신 ‘사람’을 이야기했다.
주말 밤이면 몰래 만나 와인을 나누며, 각자 가슴속 상처를 털어놓곤 했다. 조금씩 피어오르던 감정은 언제부턴가 분명한 **사랑**에 가까웠다.

그러나 정치라는 불길에 들어간 뒤, 모든 것이 달라졌다.
한쪽은 대통령이 되었고, 다른 쪽은 야당 대표가 되었다. 국민 앞에서 서로를 비판하고, 지지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날선 말을 주고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유지해 온 위태로운 균형이, 어느 순간에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 2. 균열의 시작
청와대 안쪽, 회의실 테이블 위에는 골머리를 앓게 하는 문서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재명이 언론을 통해 날린 맹공에 윤석열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
특히나 어젯밤, TV 인터뷰에서 이재명이 자신을 “독선적”이라 비난했을 때, 윤석열의 뇌리에는 옛 기억이 폭풍처럼 스쳐 지나갔다.

> **“분명 내가 이 자리에 오르면 네 지향도 보호해줄 수 있을 거라 했잖아...”**
> 윤석열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 결단을 내렸다.

그것은 **비상계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몇몇 군 인사와 협의해 도시 곳곳에 병력을 배치하도록 지시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이재명을 직접 붙잡아두는 것**이었다.

### 3. 한밤의 소란
그날 밤, 서울은 말 없는 긴장에 휩싸였다.
도심 곳곳에 군 차량이 드나들었고, 건물 옥상엔 헬리콥터 불빛이 교차했다. 시민들은 웅성거렸지만, 뚜렷한 이유를 알 순 없었다.
윤석열만이 알고 있었다. 이 황당한 소동의 목적이 사실상 “사랑”에 있다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한편 국회 건물에 남아 있던 이재명은, 긴급 호출을 받으며 부리나케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밖에서 거세게 울리는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들이닥쳐, **“대통령이 소환을 명령했다”**고 통보했다.
이재명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윤석열이 종종 보여주던 그 집착의 눈빛을.

### 4. 애틋함의 왜곡
비상계엄 아래, 청와대 회의실은 깊은 밤에도 환히 불이 켜져 있었다.
거기에 존재하는 사람은 단둘—윤석열과 이재명.
문 뒤에는 경호원과 군인이 비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 **윤석열**: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네가 너무 멀어져갔어.”
> **이재명**: “사람을 강제로 끌어와 놓고선, 변명이라니. 뭐가 되고 싶은 거지?”

두 사람 사이에는 옛 추억이 스며 있었다.
한때 서로를 바라보면 미소 짓게 했던 시절이, 이렇게 증오와 야망 속에 가려지다니.
윤석열은 겨우 입술을 열었다.

> **윤석열**: “내가 대통령이 된 순간부터, 우린 달라졌지만... 그래도 네가 날 배신하진 않을 줄 알았어.”
> **이재명**: “내가 뭘 배신했는데? 선거전이라면 몰라도, 이런 폭력적 방식으로 날 구속하려 들면 끝이지.”

이재명의 눈에는 실망과 서글픔이 서렸다.
윤석열은 느꼈다. 자신이 원하는 건, 이미 다시 되살리기 힘든 과거의 감정임을.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선 “네가 나를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욕심이 꿈틀댔다.

### 5. 무너지는 계엄
바깥에서는 언론이 비상계엄의 법적 정당성을 질타했고,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거칠게 항의했다.
국제사회도 즉각 반응했다. “민주주의 역행”이라는 비난이 쇄도했고, 여당마저 등을 돌릴 기세였다.

결국 윤석열은 돌이킬 수 없음을 직감했다.
계엄으로 모든 것을 쥐려 했던 계획은 오히려 자기 손발을 옭아매었다. 참모들은 사임을 예고했고, 국방부도 사실상 협조를 거부했다.

> **윤석열**: “...미안해. 이런 식이 될 줄은...”
> **이재명**: “이제 와서 뭘 어쩌겠어. 우린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잖아.”

새벽이 오자, 계엄은 사실상 해제되었다. 윤석열이 스스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재명은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국회를 향해 걸어 나갔다. 그 뒷모습을 윤석열은 넋 놓고 지켜봤다.

### 6. 잔혹한 결말
계엄 해제 이후, 윤석열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이재명 역시 “대통령에게 납치당할 뻔한 야당 대표”라는 말도 안 되는 스캔들 한가운데 놓였다.
세상은 두 사람 사이의 **옛 사연**을 알 리 없었다. 오직 독재적 행동과 야당 탄압의 사건으로만 기록될 뿐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에는, 한때의 애틋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 불꽃 같은 감정이, 권력이라는 무대 위에서 엉망진창으로 왜곡되고 말았다.
윤석열은 청와대 발코니에 서서, 창밖을 지켜봤다. 달빛 아래 텅 빈 도로는 서늘했고, 어둠 속으로 떠나간 이재명을 갈망하는 마음이 그를 더욱 외롭게 했다.

어쩌면 이 모든 건, “힘으로 감정을 붙잡을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파멸이었다.
계엄이라는 거대한 폭력이 진실로 드러낸 건, 이미 사라져버린 과거에 대한 후회와, 결코 돌아오지 않을 사랑의 잔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