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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tendo: SW-1227-0549-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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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요약: 돈 들여서 잘 만든 상품이지만, 페르소나 3이 고전으로 기억되게 했던 창작적 방향성이 유지되지 못 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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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가 페르소나 3 리메이크를 제작 중이라는 정보조차 공개되기 약 1년쯤 전, 페르소나 3 서브레딧에 유카리의 테우르기아 애니메이션이 유출되어 올라온 적이 있었다. 반응은 한결같았다.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다' '너무 가볍다' '중국산 짝퉁 모바일 게임 같다' '분명 가짜다'.

페르소나 3이 당시 오랫동안 기억되게 한 것은 것은 세 가지 요소의 역할이 있었다. 1. 스토리, 2. 스타일, 3. 두 요소가 게임에서 일관되게 조화되며 생성된, 강렬한 분위기와 방향성. 1. 스토리에 있어, 리로드는 페르소나 3의 기본 플롯을 재현하고 있다. 초중반 주연들의 관계 묘사를 순화시키며 플롯의 주요 주제가 덜 부각되게 되기도 했지만, 반대로 일부 캐릭터의 스토리가 보강되며 캐릭터성이라는 면에서 강화된 부분이 있다. 2. 스타일은 (시간을 2006년으로 되돌릴 수 없고 3 이후의 작품도 두 개가 나왔으니) 아무래도 ‘익숙한 신선함’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본작을 새로 제작하며 2020년대에서 최선을 다해보려 한 게 느껴진다. 다만 3. 분위기만은 분명히 실패했다.

페르소나 3은 여기저기 부족한 게임을 일관된 방향성과 분위기로 무장시켜 완성된 타이틀이다. 원작은 '사춘기적 우울함과 죽음에 대한 갈망, 그리고 내면의 각성을 통한 극복'이라는 중심 테마가 있으며, 도시적 세계관, 스토리의 톤, 그리고 이들을 그리는 연출의 냉담한 자세에서부터, 주인공의 디자인이나 파티 멤버 조작 불가, 커뮤 시스템, 달력 시스템을 포함한 소품에 이르기까지 이 테마를 아주 일관되게 완성하고 있었다. 유명한 소환기의 설정이 그렇고, 이를 대사 한 마디 없이 효과적으로 보여준 원작의 오프닝이 그렇다.

우울한 십대에게 바깥세계란 아름다운 만큼이나 무서운 존재이므로, 작품에는 세련된 만큼이나 음침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이러한 세련됨은 단지 아름다운 것뿐이 아닌, 공감할 수 없고 나를 포함하지 않는 세련됨이다. 페르소나 4가 대히트하고 후속작이 게임플레이에선 지속적으로 발전했음에도 본작이 팬들 사이에서 계속 회자되었던 데에는 2000년대에 한창 유행했던 신전기물, 세카이계, 쥬브나일 등의 여러 장르, 그리고 ‘여신전생’이라는 시리즈의 기존 공식까지 다양한 요소가 알맞게 혼합되어 사춘기적 우울함과 차가운 세련됨의 밸런스가 기묘하게 맞춰진 세계가 만들어진 것이 있었다.

세카이계는 나의 싸움이 곧 세계의 싸움이라는 청소년 특유의 자의식 과잉을 기반으로 한다. 다시 말하면 내가 곧 세계다. 멋있지만 우울한 주인공이 나아가는 세계는 마찬가지로 세련되지만 차가워 보인다. ‘죽음의 공포를 마주하며 머리에 총을 쏜다’는 페르소나 3의 소환기 설정은 이러한 배경에서만 단순히 멋있는 기믹 이상의, '삶에 질려 포기하는 것이 아닌 살아간다는 의지의 발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로써 나는 잔존하여 바깥과 - 나 이외의 다른 세계와 교류하며 살아가도록 싸워 나가는 것이다. 절망에 먹혀버리면 자신 안에 틀어박힌 섀도 피플로 무너져 내리고, 이를 극복하는 것은 커뮤로 만들어낸 모두와의 세계, 즉 다시 자신이다.

하지만 발매일로부터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며 위의 장르들도 오와콘이 됐고, 판매 범위도 일본의 청소년에서 전세계의 전연령 타겟으로 다시 만들어진 본작은 이전의 주제에 크게 고민하지 않은 채 피상적으로 다시 만들어졌다는 인상을 준다. 예를 들어 리로드에서 추가된 요소인 테우르기아를 보자. HP 탱크인 보스전의 밸런스를 다시 잡아보겠다는 기획 의도는 훌륭하지만 게임 초반에 시간을 들여 설명했던 '섀도의 상징, 소환기의 의미' 따위나 이를 통해 구축한 기괴한 세계관을 두고 보면 '총을 여러 번 쐈더니 강력한 기술이 나가더라'는 연출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아트의 이러한 방향성과 일관성 부족은 게임 내 전반적으로 걸쳐 있어, 같은 장면을 다시 만들었더라도 원작을 돋보이게 했던 감정적 모서리가 상당 부분 깎여나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다른 예 중 하나로 위에서 잠시 언급한 게임의 인트로가 있다.

https://youtu.be/0HB0ppkXUQI?si=IFbNehKask8yxLVX&t=129
(원작)
https://youtu.be/NOUgocUOJrs?si=NcZC0TC1OYE5LO4k&t=25
(리로드)

원작에서 카메라가 사람을 잡을 때, '화면 중앙에' '전신을 (혹은 눈을)' '멀리서부터 잘 보이게, 제대로 된 구도로' 잡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카메라는 도시의 혼잡함 -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의 공포를 보여주며, 알 수 없는 곳에 떨어진 플레이어의 불안함을 고조시킨다. 더불어 이러한 배경을 (강렬한 가사의 노래와 함께) 거침없이 나아가는 주인공 – ‘나’의 기괴함도 강조한다.

리로드에서는 가장 첫 장면부터 멀리서 잡은 씬이다. 주인공은 항상 정중앙에 잡혀서 평범히 등장하고 평범히 퇴장한다. 타인의 혼란스러움도 ‘나’의 기괴함도 없고, 페르소나 4/5의 첫 컷씬들처럼 '주인공을 중심으로 배경을 소개하는 평범한 인트로' 중 하나로 느껴질 뿐이다.

또한 리로드는 많은 부분에서 사건을 보여주는 대신 말로 설명하거나, 혹은 원래 정적인 장면에서는 더욱 정적으로 템포를 늘어트리며 불안함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에 실패하기도 했다.

위의 인트로에서 유카리는 갑자기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벌벌 떠는 미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과 동기를 입으로 설명하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곧바로 이어지는 섀도타임은 갑자기 하늘이 녹색으로 변하고 주인공은 머리 높이보다 큰 관 사이를 지나치는 영문 모를 사건이 아닌, 플레이어가 직접 탐험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관에게 말을 걸면 주인공의 차분한 설명까지 나온다).

(게임 중반 스포일러)

https://youtu.be/0HB0ppkXUQI?si=ilk4Z3OOBnQ9ytGz&t=1007
(원작)
https://youtu.be/dVctcLpemEk?si=BvtVp930LMISe_ea&t=414
(리로드)

아라가키가 죽는 장면에서, 원작에서 조명하는 것은 주변인물, 특히 아마다의 불안함이다. 가만히 멈춰 있는 아라가키와 달리 아마다를 찍을 때만 카메라가 사정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도 시청자를 불안하게 함으로써 아마다가 느끼는 충격을 잘 전달하는 요소가 됐다. 리로드에서는 모든 것이 정적이다. 카메라는 아라가키를 멀리서부터 또렷이 담고 있다. 아라가키는 주변까지 잘 보이는 화면에서 아무 흔들림도 없이 말하고 있어서, 유언을 남기기보단 연설을 하는 것 같다. 주변인물은 창작물 내 그런 상황에서 흔히 보일 반응(슬픔)을 하고 있다. 그러고는 일어서서 발버둥치는 게 아니라 개까지 포함한 친구들의 품 안에서 편안한 안식을 맞는다. 늘어지는 걸 떠나서, 이러면 멋이 없다.


발매 전부터 대대적인 마케팅 요소로 삼았던 각성 장면 또한 전달력이 상당히 약해졌다.

https://www.youtube.com/watch?v=qQevcFx9lcg

감정이나 스타일을 고려한 디렉션(3D로 변경하며 생긴 카메라를 이용한 연출이나 생략을 통한 강조 부족, 늘어지는 화면 전환 간 템포)이 없어 결국 각 컷을 이해하지 못 한 채 진행만을 따라하는 듯한 장면이 됐다. 결과적으로 관객이 세계에 대해 느끼는 기괴함이나 불안감이 줄어들어, 세계관이 이전처럼 강렬한 흡입력을 가질 수 없게 됐다.

스토리 또한 캐릭터 에피소드가 추가되며 개별 캐릭터를 알아가기는 더욱 쉬워졌지만, 이 과정에서 원작의 메인 플롯 중 하나인 '내면의 성장을 통한 외부 세계와의 연결'의 전달력이 약해졌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된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 전후 모습의 대조는 변화의 정도가 클 수록 극적일 수밖에 없는데, 파탄한 관계의 청소년들이 성장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모습은 다시 쓰이기 전의 대사나 야쿠시마 인트로 애니메이션 등 서로 더욱 불편하다는 묘사를 꾸준히 보여줬던 원작에서 더욱 임팩트가 있었다.

초반에, 외부의 자극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등 의지가 박약하던 주인공이 인연을 통한 성장을 거쳐 살기를 가장 강하게 바라게 되었던 때에야말로 삶을 포기하는 선택을 한다는 것은 '시간은 기다리지 않으니 주어진 기간을 최대한 즐기라'는 테마와도 직접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인데, 성장 전의 묘사가 이런 식으로 약해짐으로써 게임 초반과 후반의 분위기 차이가 크게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상당히 아쉽다.

본작의 평가 중에서 '초중반부가 정말 지루하다'는 평가를 국내외로 많이 봤는데, 리메이크에서 이런 감상이 부쩍 늘어난 것에는 (물론 당시에 페3이 정말 새로운 게임이기도 했지만) 원작은 테마의 일관된 표현과 강렬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초반부터 강하개 끌어 가는 작품이었으나, 리메이크는 시간이 지나고 다른 제작진이 다시 만들며 이러한 창작적 일관성이 상당히 상실되어 결국 페르소나 4 이후 게임에 비하면 특별히 내세울 게 없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페르소나 3의 다른 강점인 스토리는, 일단 기본 뼈대는 여전하고, 편의성을 비롯한 게임플레이가 대폭 강화된 것도 사실이므로 어느 한 쪽이 무조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많은 예산을 가지고 공들여 제작한 것에 비해 (혹은, 예산이 커졌다는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원작이 고정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기억되게 했던 결정적 요소인 일관된 방향성과 강렬한 분위기가 사라진 것이, 잘 만든 상품인 것은 맞지만 이전처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작품으로 남지는 못 할 것 같단 느낌이 드는 것이 원작의 모난 부분을 좋아했던 팬으로서 정말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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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 Code 10 Jan, 2015 @ 10:29pm 
나도 몰러
QR Code 10 Jan, 2015 @ 3:12am 
내가 근 2년전에 뭣때문에 저 댓글을 달았던가
Cpt. APACHE 24 Dec, 2013 @ 5:48am 
ஜ۩۞۩ஜ۩۞۩ஜ۩۞۩ஜ۩۞۩ஜ۩۞۩ஜ۩۞۩ஜ۩۞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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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ℳerry ℭhristmas ★ дnd A ★ ℋappy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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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CL41 30 Jun, 2013 @ 6:46am 
스팀친구분들보다 더 한 분들도 많아요.:happymeat:
QR Code 22 May, 2013 @ 4:24pm 
감사합니다. 꾸벅( _ _ )
Donna Lee 27 Mar, 2013 @ 5:58am 
+rep really nice and cool trade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