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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간론파에 예쁜 여캐들(★★★매우중요)만 남기고 마법(살짝 덜 중요)을 얹어준 게임


이라고는 했지만 플레이 해보면 단간론파랑 다르긴하다.

우선 게임의 전반적인 흐름을 말하자면, '일상 - 재판'으로 나뉘어있는데 짜임새와 파트 분배가 굉장히 잘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일상 파트에서는 맵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한 행동을 개시하게 된다.
중간중간 선택지가 등장해서 단순히 일직선으로만 진행되지 않는 점이 좋았다.
다만 스토리 자체에는 영향을 거의 주지 않고, 배드엔딩으로만 이어지는 건 아쉬운 부분이었다.
또한 반신 엔딩과 같이 잘 짜여진 시나리오의 엔딩이 있는 반면, 지뢰 엔딩처럼 그저 억까하려고 배치한 선택지들은 플레이의 몰입을 깨서 아쉬웠다.


재판 파트에서는 살인사건의 단서를 조사하고 추리를 통해 마녀를 지목하게 된다.
이때 좋은 점은, 단서 조사에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가장 재미있는 추리 단계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재판 얘기가 나온김에, 난 이 게임의 재판이 살짝 이상하다고 느꼈다.
물론 이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그저 '이게 말이 돼?' 싶은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는 뜻이다.
근데 그게 이 게임이 의도하는 바다. 재판 단계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은 '마법'이 해결해준다.
이 게임은 살인과 재판에 마법을 적극적으로 집어넣어 추리에 어려움을 준다.
증언들 사이 모순이 존재한다면, 그건 마법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풀리지 않는 난제가 존재한다면, 그것도 마법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마법이 추리랑 살인 사건을 500배는 재밌게 해준다.
내가 위에서 마법이 덜 중요하다같은 농담을 했으나, 실은 이 게임은 '마법'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추리의 끝이 마법으로 귀결되는게 아쉽긴 한데, 초능력자들 사이에서 초능력 안쓰고 사람 죽이기 쉽진 않긴함 ㅇㅇ..

그렇다고 캐릭터가 안중요하냐?
그건 아니지, 미소녀 게임인데.
그러한 점에서 이 게임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존재의미를 알 수 없는 캐릭터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들 나름의 서사가 있고, 각자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캐릭터 디자인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고스로리풍 디자인이 취향이 아닐 수는 있다.
하지만 복장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각 캐릭터를 나타내는 상징,
컬러와 특징적 요소들은 캐릭터 디자인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설정또한 매력적이게 잘 짰다.
주인공인 사쿠라바 에마로 예를 들어보자.
사쿠라바 에마는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감옥에서 가해자로 추정되는 니카이도 히로를 보자 다시 한번 친하게 지내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기존의 학교폭력 피해자 캐릭터와는 달리 신선하게 느껴지고, 둘 사이의 무슨 비밀이 있는지 궁금하게 한다.
타치바나 셰리라는 캐릭터도 한번 보자. 이 캐릭터는 늘 쾌활하고 밝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러한 설정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마녀재판이 이루어지는 현장에서 조차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면은 타치바나 셰리의 과거에 대해 자연스럽게 궁금하게 만들고, 플레이어가 스스로 추측하도록 유도한다.
이렇듯 캐릭터 설정 하나하나가 플레이어의 흥미를 자극하고, 게임 몰입도를 크게 높인다.

외에도 좋았던 점은, 단간론파와 같은 게임의 경우, 특정 캐릭터가 초반에 죽어 소외된다는 문제점이 있으나,
이 게임은 모든 캐릭터들을 허투루 소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게임을 직접 해보면서 느끼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이 게임을 하며 가장 감탄했던 부분은
1회차인 사쿠라바 에마 루트가 끝나고, 초반에 죽었던 니카이도 히로가 '사망회귀'로 살아나면서 2회차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크레딧이 리와인드 되며 침대에서 히로가 눈을 뜨는 장면은, 이 제작사가 인간의 감정을 흔드는 방법과 도파민을 터뜨리는 방법을 완벽하게 꿰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1회차의 엔딩을 보면서, 아직 풀리지 않은 떡밥이 수두룩한데? 이대로 끝이라고? 대체 이게 왜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받았지? 라는 생각이 들 때 쯤, 그 생각을 보란듯이 부정하며 처음으로 돌아가 2회차를 다시 시작하는 모습은, 그간 내가 느끼지 못했던 '순수 게임이 주는 즐거움'을 다시 되찾게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2회차 마지막, 모든 비밀을 깨닫고 대마녀의 소환 의식을 알게된 히로가 모두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금기를 깨고 처음으로 돌아가 모두의 트라우마를 자극해 마녀화를 이끄는 진정한 마녀재판을 하는 3회차는, 이 시대의 진정한 도파민 파티였고 씹덕오타쿠의 뇌를 녹이기에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일부 캐릭터의 과거 서사가 약하거나, 추리 과정에서 억지스러운 전개가 나오거나,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한 선택지가 있는 등 단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게임이 지닌 장점은 그러한 단점들을 모두 상쇄시킬 정도로 뛰어난 것이기 때문에, 그렇기에 이 게임이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게임이 제작사의 첫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수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 이제 뭐하면서 사냐, 마노무라나 기다려야지 뭐... Acacia 사랑해요~~
Posted 7 October. Last edited 4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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