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저는 확 끌리는 게임이 없어서 스팀을 많이 방황했습니다.

상점페이지를 이리 뒤지고 저리 뒤지면서 이끌리는 게임을 찾아 보았지만 찜목록만 늘어났어요.

어떤 것은 평소에 할 만 하지만 지금 그다지 끌리지가 않아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저 게임은 얼리억세스라 한참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서, 이건 좀 해보고 싶은데 하는 게임은 언어의 문제 때문에... 요 며칠 계속 그런 날의 연속 이었는데...

어느 날 스팀을 열어보니 이 게임이 할인중이라는 메세지가 상점 메인페이지에 뜨더군요. 그 옛날 제가 게임의 세계에 빠지게 했던 영걸전을 떠올리게 하는 부대 전투 애니메이션이 보였어요. 망설임 없이 페이지를 클릭 했고 깔끔한 그래픽과 전투방식, 달려 있는 게임 태그를 확인해 보고는 꽤 기대감에 부풀었고 결정적으로 한국어를 지원해 준다는 점에 더 고민하지 않고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사실 요즘 한국어 지원이라고 해도 현지 번역 대행사들이 돈만 받고 대충 깽판 쳐놓은 번역들을 꽤 봐서 일말의 불안함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지원을 해준다는 사실과 그 외의 다른 점들이 제 취향을 충족해 버렸던 거죠.

우선 저는 현재 3번째 전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이야기와 소개받을 인터페이스들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재까지 느낀 점을 여러분과 나눠보려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일본 KOEI 사의 삼국지 영걸전이 제일 먼저 해봤던 게임 이라서 부대 전투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삼국지 영걸전을 가장 먼저 떠올렸습니다. 랑그릿사의 느낌도 조금 있었어요. 전장 화면에서의 SD캐릭터는 고전 파이널 판타지6의 그것들을 떠올릴 수가 있었구요. 최근에 닌텐도로 플레이 했던 파이어 엠블럼-풍화설월의 그림자도 언뜻 볼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이 떠오른다는 것은 역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좋은 점을 몇가지 꼽아보자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그래픽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습니다. 조금 더 해봐야 알겠지만 초반의 밸런싱도 크게 나쁘지 않았던 것 같구요. 캐릭터 하나하나가 개성 있어 보여서 과몰입 하기 좋을 것 같다는 부분도 저에게는 가산점을 줄 수 있는 포인트 였습니다. 퀄리티의 문제는 제쳐두고 진행이 가능할 정도의 한국어를 지원한다는 점도 좋았구요. 그리고 영어다보니 저에게는 조금 어색했지만 캐릭터마다 어느 정도의 보이스를 더빙해 놓았다는 점에서도 제작자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신경을 썼구나 하는 부분이 읽혀져 만족스러웠습니다. 거기에 더해 정비중일 때 캐릭터들 간의 상호대사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서 극을 풍부하게 해준다는 점도 좋았습니다.(아무래도 이건 파이어 엠블럼에서 벤치마킹 한 것 같긴 합니다.)

다만 역시 완벽할 수는 없었던 바,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한국어의 퀄리티가 완벽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르 특성상 전체적인 이야기와 캐릭터들의 개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너무 딱딱한 느낌의 번역이라 술술 읽히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현재 3번째 전투를 플레이 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드라이하게 알고 있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캐릭터들의 감정에 이입하기가 어려웠어요. 캐릭터의 일러스트와 말하고 있는 내용으로 보아 캐릭터 하나하나의 개성과 성격들을 유추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언어로 충분히 풀어낼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아 결정적으로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부대 전투 애니메이션의 역동성이 모자라고 단조롭다는 점,(물론 이건 지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큰 의미가 없고 좀 더 진행하면 더 좋아질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정비하는 페이즈 일 때 조금 더 자유도를 높여 여러 가지 컨텐츠를 집어넣었다면 더욱 만족스러웠을 거라는 점도 꼽아볼 수 있겠네요.

이 게임을 진행해 보면서 워그루브 라는 게임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1~2년 쯤 전에 알게된 턴제 알피지 인데, 제작 시기나 장르, 그래픽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비교해볼만한 대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초반에 조금 플레이 해보고 묵혀두었어요. 나쁘진 않았지만 등장인물은 지휘관이고 실제로 움직여 전투하는 것은 양산형 병사들이어서 개인적으로 몰입에 약간 방해를 받았거든요. 물론 잘 만든 게임 인데다가 한국어를 적당히 잘 번역해 놓아서 멀지 않은 미래에 재밌게 즐길 수 있겠지만 이 게임보다는 뒤가 될 것 같아요.

정리해 보자면 한국어 번역만 조금 개선되면 정말 즐겁게 즐길 수 있을 텐데 약간 아쉽습니다. 하지만 턴제 알피지 게임의 팬으로서 한국어를 지원해 주는 괜찮은 수작 인디 게임이 나와서 즐겁기도 합니다. 굳이 점수를 매겨보자면 절반은 넘는 점수를 주고 싶기에 추천하는 따봉을 드립니다. 구입 전 여러분이 참고하시기에 충분한 평가였길 바랍니다. 즐겜하세요!